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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책을 고르는 방법으로는 여러가지 각자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재미만큼이나 책을 고르는 재미 또한 있기에

리뷰를 보거나 베스트 셀러 위주로 책을 고르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대한 입맛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아서인지

책을 골라 읽다보면 베스트 셀러에 들어가있는 있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 책도 일단 무라카미 하루키라 한 번 들었다가 책 겉표지의 깔끔한 디자인을 보고 선택했다.

최근에 알게된 이야기인데 이 책의 겉표지는 모리스 루이스의 작품이다.

현재 이 작품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앵그르부터 칸단스키까지’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책 제목이 이렇게 길고 외우기 어려워서 책을 구입하고

남들에게 책 제목을 말해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라면 억지로 책 제목을 외우지 않더라도

머리 속에 쉽게 각인될 만큼 인상적인 내용과 제목이다.

다시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이야기 중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대중의 접근성이 좀 더 좋아진 것인건지, 가독성이 좋아진 것인지

어차피 번역본을 읽는 독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어쨋든 많은 하루키의 팬들에게는 옛 작품들과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 권에 명료한 문장으로 하루키의 책 중에 이렇게 단숨에 읽은 책이 없었다.

그리고 이야기들도 훨씬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변했다.

본디 자신에게 '색채'가 없다고 느끼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인생을 관통한 20살의 사건을 삼십대 중반에 이르러서 

다시 풀어나가는 그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쓰쿠루의 순례길을 응원하는 입장이 되어버린다.

삶의 고독, 끝없는 자기성찰, 과거회상, 그 고뇌와 고통 사이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하루키의 어느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비슷하지만

쓰쿠루는 그들과 달리 좀 더 인간적이고 사회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조화롭고 이상적인 시간이 빨리 찾아왔던 다섯 친구의 과거와 현재.

그 현재가 과거로부터 도망온 것이라고 해도 우리는 또 다시 버티며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살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과거의 색채는 끊임없는 회상으로 덫칠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신입 사원 연수 세미나에서 처음에 늘 내뱉는 말이야. 
나는 먼저 세미나실 안을 휘익 둘러보고 적당히 한 수강생을 지목해서 일어서게 해.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 ‘자 여기 자네한테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하나씩 있어. 먼저 나쁜 뉴스.
지금 자네의 손톱 또는 발톱을 펜치로 뽑으려 한다. 안됐지만 이미 결정 난 일이다.
 절대 뒤집을 수 없다.’ 그런 다음 나는 가방에서 아주 무섭게 생긴 커다란 펜치를 꺼내 보여 줘.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그놈을 보여주지. 그리고 말해. ‘다음은 좋은 뉴스. 좋은 뉴스란,
 손톱을 뽑을 건지 발톱을 뽑을 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거야. 
자, 어느 쪽으로 할 텐가.10초 내에 결정해야 해. 만일 스스로 어느 한쪽을 정하지 않으면 
손과 발 두 쪽을 다 뽑아 버릴 거야.’ 나느 펜치를 손에 든 채 10초를 카운터해.’발로 하겠습니다.’ 
거의 8초가 지나서 그 친구가 말해.’ 좋아, 그럼 발로 정해졌어. 
지금부터 이놈으로 자네 발톱을 뽑도록 하지. 그 전에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어. 
왜 손톱이 아니라 발톱을 선택했지?’ 내가 물어봐. 상대는 이렇게 대답해.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픈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발톱으로 한 겁니다.
’ 난 그 친구와 따스한 악수를 나누고 이렇게 말해.’
진짜 인생에 온 걸 환영해’라고. 웰컴 투 리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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