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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부동산 매매 계약 후기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썼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이제까지 모아온 돈과 앞으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담보로 잡힌 대출이 걸려있는 계약 앞에서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눈치보이는 전세살이에서 벗어났다는 점, 당분간 이사 때문에 이곳저곳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 후 자금 마련 부분,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부분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규제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계약 후 갑자기 임대차 3법과 국토부가 전세세입자의 계약갱신권에 대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집을 사놓고 못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하기도 했고, 신용대출을 막는 등 정책으로 계약서를 쓴 뒤에도 잠이 안오는 저녁이 많았다. 그 긴 고뇌의 밤을 지내면서 후에 매매를 할,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후기는 다음과 같다.

 

- 예산 부분

아파트 매매 시 대부분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돈을 끌어모아 매물을 검색할텐데 가지고 있는 예산과 목표 아파트 가격대 간의 갭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 매매 이외에도 복비+취득세만해도 최소 천만원에서 이천만원 사이다. 여기에 구축을 매매했다면 인테리어를 할텐데 20평대 2000~4000만원 사이, 30평대 4000~6000만원 사이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이외에도 이사비용, 인테리어 시 짐 보관료, 숙소료, 임주 청소비용까지 하면 해당 비용도 상당하다. 따라서 신축 매매가 아니라면 (예산 - 5000만원~1억) 가격의 매물을 타겟팅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가 비용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계약서를 썼지만, 실제 인테리어 견적을 받으러 돌아다니다 보니, 여유 자금이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인테리어에서 여유자금이 없다는 사실은 돈 없이 마트에 간 것과 다름없다. 평소에 인테리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카트에 담았다가 막상 결제할 때는 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정부 부동산 정책에 주목 & 잔금까지 날짜가 짧은 매물

이 부분도 매우 어려운 지점인데, 2020년 6월, 8월 부동산 규제 시 정부가 보낸 시그널은 명확했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아라. 무주택자들은 집을 구매하지 마라’였다. 오히려 이 시그널에 실수요 무주택자들의 패닉바잉이 시작됐는데, 나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계약 후 잔금, 등기까지 아직 몇 개월 남은 나로서는 8월 이후 정책 변경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유주택자들과 무주택자들은 정부 정책 발표 후, 시장의 움직임에 맞춰 관망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데 반해, 매매계약 후 걸려있는 사람들에겐 정부 정책 발표 하나하나가 바로 해당되는 경우가 많아서 불리했다. 정부 정책이 보내고 있는 시그널에 맞게 행동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정치권은 결국 여론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불만이 나오면 나올수록, 이를 달랠 정책이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굳이 성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0월 추가 변경사항으로 고소득자 신혼부부를 위한 청약 제도인 신혼부부특공 소득제한 완화되었다. 기존에는 청약을 넣기 위해서는 대부분 맞벌이 부부라면 당연히 넘을 소득제한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현실성 없는 소득제한으로 기존 청약제도를 비판했다. 둘이 합쳐 연소득 8000만원이 안되어 청약을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7~9억 가까운 신축 아파트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어떻게 치룰 수 있을까? 기존 청약 제도는 사실상, 재산은 많은데 당장의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아무튼 갑작스럽게 소득제한이 풀리는 바람에, 그전에 매매를 한 나는 소득제한 때문에 넣지 못하던 신혼부부특공 기회를 평생 영영 놓치고 말았다. 아쉽지만 앞으로 청약 정책의 정상화, 현실화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집을 사거나, 안 사거나, 폭등론자거나, 폭락론자거나, 어쨋든 실거주 매매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과 편안함은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언제까지나 자신에게 있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던 매매 계약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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