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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 도쿄 펄프 픽션 -이강훈

 

내가 처음으로 도쿄에 가본 게 벌써 4년전 일이다.

11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도 전이니 꽤 오래 전 이야기다.

지금이야 가본적 없으니 모르겠지만 책도 마침 그쯤 발간한 책이니

아마 내가 보고 온 도쿄가 책에 나온 그 ‘도쿄’와 같은 곳일거라 생각한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어디선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책이라는 것이 생각나 도서관에서 빌렸다. 

도쿄 펄프 픽션이라…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기 힘든 이 책을 들고 나올 때만 하더라도

본격 하드보일드 , 미스테리 액션 활극 소설같은 느낌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등장하는 매우 ‘여행기’스러운 사진과 짧은 글들은

마치 이병률 시인의 책을 보고 있는 듯했다.

‘어… 이게 뭐지?’ 하고 도쿄 여행기를 예상하던 찰나

엉뚱한 소설과 함께 말하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아!! 드디어 본격적으로 사건이 발생하는건가’ 싶더니

또다시 바람이 불고 당신이 좋아질 것 같은 사진과 글들이 실려있다.

그리고는 매우 괴상하고 독특한. 사실 몰라도 될 이야기지만 들으면 재밌을 것 같은 여러 편의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앞에서 여행기스러운 사진과 짤막한 글로 여행장소 (나카메구로,이케부쿠로….등등 )을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그곳에서 

겪었던 황당무게한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카페에서 만난 말하는 고양이나 상상도둑, 일할 시간이 필요해서 시간을 빌리거나, 

우연히 만난 이상형의 여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고양이탐정단의 도움을 받는 등

생활 밀착형 미스테리? 장르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앞의 사진,글과 함께 장소별 이야기 분류가 비교적 깔끔한 편이라

여행기를 가장한 미스테리 서스펜스 하드보일드 소설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이야기 하나하나의 짜임새도 괜찮고 무엇보다도 흥미롭고 신선한 이야기들로 컴팩트한 소설을 담아낸다. 분명 48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도서임에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은 가벼운 문체뿐만 아니라 그런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의 짧은 호흡덕분이기도 하다.

원래 작가는 디자인쪽 종사자라는데 그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글을 써내려갔다. 또 그 글들을 묶는 데 있어서도

기존의 상식을 파괴한다. 처음 책을 넘길 때 느낄 수 있는 혼잡함?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띈다. 책 뒤 추천평에 나와있듯

이렇게도 소설을 쓸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조합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대상은 도쿄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이다.

우리가 여행 전이나 심지어 여행 중에도 옆구리에 끼고다니는 가이드북은 여행지 사진 + 간략한 소개 + 맛집 + 숙소 같은

너무나 당연한 데이터들을 담고 있다. 같은 가이드북을 사면 대부분 비슷한 루트로 돌아다니며

비슷한 걸 보고 먹고, 비슷한 곳에서 잠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 정말 멋지다. 맛있다' 감탄하다 여행이 끝나기도 한다.

여행기 에세이로 따지면 일반인들도 여행작가라며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그 때 떠올렸던 생각, 

그 곳이 상황에 대한 코멘트로 이루어져있는 뻔한 이야기들에 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도쿄 펄프 픽션>은 어떤가 작가는 실존하는 공간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있었던? 흡입력있는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마치 친구가 여행가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듯.

그래서 독자도 여행이 가고 싶어지듯

그리고 나도 그 공간에 들어가면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설렘과

곧 소설에 비하면 고요하고 아무일 없는 평온한 현실에 불만을 갖을 때쯤 다가오는 의외의 사건들이 

또다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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