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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 소금 -박범신

소금 - 박범신

 

가끔 집에서 계란 후라이 할 때마다 설탕통과 소금통 위치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뚜껑을 돌려 열고 손가락을 푹 집어넣어서 찍어 맛본다. 

그럴 때마다 설탕의 단맛과 소금의 짠맛을 잘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덕분에 달달한 계란 후라이를 몇 번이나 맛볼 수 있었다. 

수차례 실습 후에 드디어 냄새를 통해 구별하는 법을 습득했다. 

거칠게 각을 세우고 있는 결정들이 내뿜는 화학적 냄새가 그것이 소금이었다. 

설탕은 아무리 맡아도 밋밋하지만 마침내 달달한 향을 억지로라도 내고 있었기에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 일상의 찬장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진 소금통만큼이나 

우리는 소금의 고향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는 땡볕이 반사되는 염전에서 일하고 있을 테고 아마도 그 노동자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할아버지이자 할머니였다. 

고귀한 생명을 잉태했고 또 그들을 사랑하는 일반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가 계란 후라이 설탕을 넣는 동안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 소설은 작가 박범신이 아주 작정하고 쓴 비판적인 소설이다. 

노동과 생산력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와 그 중심에서 효율성이라는 수치를 높이기 위해 

마모될 때까지 쓰이는 아버지라는 부품. 

그리고 그 부품을 잘 사용하는 사회와 가족, 그리고 완전히 닳아 쓸모없어지면 슬며시 뒤편으로 던져놓는 

그들의 이기적인 면모를 소설을 통해 그리면서도 작중 인물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전달하는 강한 방식을 사용한다.

가장 어색한 것은 장면마다 느껴지는 근현대소설의 향기다. 

(사실 어색하다는 표현보다는 비어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남녀가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며 

현대 문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이 소설에서 가장 최신 전자제품을 뽑으라면 지프차와 

동사무소 친구에게 부탁 통화를 하는 전화기다.) 

소설의 배경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어 사실 추정하기도 힘들지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단어와 대사를 보면 분명 최근 시대적 배경이다. ‘아이돌들’을 언급한 부분이나 

개그콘서트에 유행어를 사용했으니 아마 1~2년 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90-200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했다고 하기에는 

70~80년도 향촌의 느낌을 강하게 담고 있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그들도 바닷 속에 있을 때는 당신과 같은 젊음이 흘러넘쳤었다. 

가족이라는 염전에 갇혀 뙤약볕을 쐬고 효율적인 판매용 소금으로 가공된 덕분에 

아낌없이 주는 아버지란 소금이 되었다. 

소금은 누군가의 대학등록금이 되었고, 입학금이 되었고, 죽을 병의 치료비로 쓰였다. 자신은 소금으로 

팔려나가면서도 아이들에게만큼은 희망을 쏘아 올린다. 

소금과 아버지, 아버지도 누군가의 자식이기에 누구도 감히 편하게 볼 수 없는 소설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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