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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꿈과 사랑이 연기와 음악으로 살아난 곳, <라라랜드> LALA Land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을 꿈이라고 할 때, 어느 누구도  자신의 꿈을 자신의 결함만큼이나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 일까? 타인이 자신을 꿈이나 꾸고 있을만큼 나태하게 보거나 멍청하게 볼까 무서워 하는 것일까? 혹은 자신 스스로도 꿈을 갖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모두들 자신의 꿈을 통조림 따개로 어렵게 딸 수 있을 만큼이나 내면의 깊은 어딘가에 밀봉해놓은 것 같다. 그러다가 자신도 마침내 자신의 꿈이 무엇이 였는지, 꿈이 있기나 한건지, 더 나아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LALA LAND는 적어도 자신의 꿈이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 어떻게 보면 행복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꿈과 현실의 거리는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매꿀 수 없는 거리이긴 하지만.


이모에게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꾸며 연기와 이야기 쓰기를 해왔던 미아(엠마 스톤), 클래식한 재즈를 신봉하기에 돈을 벌어야하지만 기어코 자신이 치고 싶은 즉흥 재즈곡을 치다가 레스토랑 연주 자리에서 쫓겨나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이 둘은 운명적이게도 어느 레스토랑에서 마주친다. 미아는 세바스찬의 열정적인 연주에 눈을 뺏기고 해고되어 쫓겨나는 세바스찬에게 말을 걸지만 세바스찬은 그런 미아를 무시하고 레스토랑 바깥으로 나간다. 미아는 남고 세바스찬은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잘 맞아 떨어진다. 이 장면이 미아와 세바스찬이 만들어내는 곡의 첫 음이다. 파티에서 다시 재회한 미아와 세바스찬. 미아는 가난하지만 자신의 꿈을 그리면서 쫓는 세바스찬의 모습에 반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꿈 뿐만 아니라 미아의 꿈도 응원하면서 조언을 해주는 세바스찬의 모습에 끌렸을까. 어느 쪽이든 그 둘이 사랑에 빠진 것이 단순히 둘이 가진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는 매력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서로 예술의 꿈을 쫓고 있는 동질감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 유명한 보랏빛 석양을 등진 언덕 위에서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아름답게 영화의 배경인 LA를 묘사하는 동시에 이 두 명의 청춘남녀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현실과 환상, 일반 대사와 뮤지컬, 일에 대한 꿈과 사랑, LA와 LALA LAND. 모두 재봉선 없이 이어져있는 것들이지만 결코 둘 다 모두를 얻을 수 없다. 각자의 꿈 앞에서 서로 한 번씩 사랑을 포기한다.

위플래쉬와 마찬가지로 영화 마지막 10분. 이게 영화 전체를 잡고 뒤흔드는 부분이다. 이렇게 영화를 풀어나가는 역량만큼은 역시 30대 초반에 유력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휩쓸고 다닐만 하다.(위플래시에 나왔던 J.K. 시몬스의 출연도 반가웠다.)


이 로맨틱하면서도 꿈을 쫓았던 이 청춘의 사랑 이야기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서로가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지나쳤던 첫 만남부터 다시는 이어질 수 없음을 확인한 마지막 만남까지. 마치 세바스찬이 치고 있는 재즈 연주곡처럼 처음과 끝이 있는 사랑이야기다. 마지막 플래시백 씬에서 진하게 짜내는 아쉬움의 감정 덕분에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하지만 이 아쉬움의 감정은 지나가버린 순간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감정이다. 인생과 사랑 모두 재즈와 같이 즉흥적으로 흘러가는 것. 그리하여 세바스찬이 마지막으로 다시 만난 미아를 준비한 곡은 단 한 곡, 그리고 그 한 곡을 듣고 미아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둘의 꿈은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것과 관객 앞에 설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묘하게도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가 아니었다면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연기와 음악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연기와 음악이었으니깐. 2016년 연말에 봤으면 더 없이 좋았을 영화였지만 CGV에서 주최한 오스카 데이를 통해 2017년 뒤늦게라도 LALA LAND를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꿈과 사랑, 청춘 속에서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어디쯤 있는거지?” -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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