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듣자마자 조디 포스터 출연작, 1997년에 개봉한 <Contact>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동명의 유명 우주SF영화가 있는데 비슷한 소재인 영화를 같은 제목으로 개봉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깐. 하지만 원제는 <Arrival>이다. 국내 배급사에서 바꾼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적절한 제목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많은 팬들이 명작으로 꼽는 97년 <Contact>만큼이나 이 컨택트도 충분히 우주 SF영화의 명작으로 남을 듯 싶다. 소설이 원작인 만큼 소설도 시간이 되면 읽어봐야겠다.
이야기는 많은 외계인 영화가 그렇듯 어느날 지구에 외계 비행물체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특이하게 각 대륙에 우주선이 도착함에 따라 이념과 정책을 떠나 전 세계 정부가 최대한 협력을 해나가야한다. 외계인과 첫 컨택트 이후 미국 군사 정부는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언어학자인 루이스를 섭외하여 외계인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역시나? 외계인은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오징어류!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이과 학자' 이안과 루이스는 이 외계생명체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함을 파악고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고 외계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비선형적인 문자 시스템을 사용하는 외계 생명체들의 언어는 원 모양으로 어디가 문장의 시작이고 끝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원 안에 모든 문자의 의미가 담겨 있을 뿐이다.
순조로운 루이스, 이안의 외계생명체 접촉과는 달리 외부 상황은 만만치 않다. 외계생명체가 건넨 문장하나에 전세계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미국의 정보독점욕구, 중국의 외계생명체에 대한 선전포고로 외계생명체와의 교류는 위태로운 상황에 이른다. 심지어 미군 캠프 내에서도 작지 않은 갈등도 발생한다.
이야기 줄거리 자체는 별다른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SF영화와 다르지 않다. 물론 그 웅장한 사운드와 압도적인 스케일의 장면들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들게한다. 외계생명체가 던져준 인류 화합의 미션 또한 신선하다. 각 대륙에 있는 외계인들이 건넨 단어를 조합해야하만 외계생명체가 전달하려는 문장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국가, 정권, 이념에 묶여 갈등을 겪게된다.
메인 줄거리와 다르게 교차되는 회상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순서가 없는 외계생명체의 언어처럼 그들에게는 시간의 순서가 무의미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그들의 문자처럼 하나의 원으로 이어져있다. \<컨택트\>는 '언어' 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의 '사고의식'이 연관되어 있다는 다소 인문학적인 주제로 SF에 접근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과 운명적인 선택을 내려야하는 루이스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 인가.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지만 영화 속에서 우주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는 외계생명체가 주인공도 아니다. 등장횟수도 많지 않다. <컨택트>는 인간에 초점을 둔 영화다. 감독은 전작 <시카리오>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 주인공을 앞세워 부조리한 세상을 바라보게하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외부에서 온 초월적 존재 앞에서 벌어지는 사람 간의 갈등을 이야기를 하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외계생명체와의 첫 조우에 있어서도 때려부수는 폭력적인 사건은 없다. 오히려 지구를 무단 방문한건 외계생명체인데 두려움에 떨며 미지의 우주선에 방문해야하는 것은 인간이다.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거대한 영상미와 전율 돋는 음악. 시간과 운명, 알고보면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며 열심히 사랑을 하라는 영화의 메세지가 잘 와닿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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