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
시대를 가르는 몇 가지 작품들이 있다. 트루먼쇼는 분명 지금 봤을 때 엉성한 구멍이 많은 영화다. 하지만 TV라는 매체가 등장하고 온갖 쇼가 TV와 사람들 인생의 일부 시간을 채우고 있었던 1990년대에 이 영화를 봤다면 참으로 놀라운 영화다. TV, 매체, 그리고 군중에 대해서 인상적인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선량한 얼굴을 가진 군중의 욕망과 그것을 충족시켜주려는 매체의 모습, 다수의 욕망을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가치가 완전히 무시되는 어두운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TV라는 수동적인 매체, 이를 통해 훔쳐보기라는 욕망을 충족하려는 사람들은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다. Bath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중년 아저씨, 같이 살고 있는 두 할머니, 펍의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트루먼쇼를 보는 일반 고객들, 근무를 서는 경찰까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마치 거울처럼 우리의 욕망을 비춰볼 수 있다. 선량한 다수의 군중은 트루먼을 응원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가 쇼에서 자신의 인생이 낱낱이 TV로 공개된다는 사실에 분개하거나 불합리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트루먼 관련 제품을 구입하고, 트루먼쇼의 길거리나 특정 배역으로 출연하는 것을 즐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자의 고통은 그대로 덮어두는 모습이다. 이런 점은 아멜리 노통브의 <황산>과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노통브의 소설과 달리 영화의 톤은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짐캐리의 연기와 함께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다. 이 독특한 어두운 주제 + 밝은 톤은 짐캐리의 얼굴 위에 담기면서 그의 연기와 표정으로 트루먼 연기뿐만 아니라 이 전체 트루먼쇼를 이끌고 나간다.
영화는 90년대에 개봉했고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영화다. 마침 Netflix에서 볼 수 있으니 짐캐리의 매력적인 연기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보길. 이 영화는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다. 영화가 나온지 2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영화가 말하는 메세지를 적절히 수용하고 있는가? 여전히 TV속에서 진짜인듯 가짜인듯한 스타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루고, 숙소 생활을 다루고, 아이와 집까지 공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무분별한 스타 아이들의 방송출연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다. 사실 자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방송출연은 물론 긍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트루먼쇼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트루먼쇼 중간중간 코코아를 상표를 보이게 들고 홍보하거나 식사를 하다가 제품 원산지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은 현재 드라마에 등장하는 PPL과 닮아보인다. 이제 사람들은 TV 앞에 있는 시간보다 스마트폰 앞에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졌다. TV는 방영하는대로 시청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스마트폰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컨텐츠를 시간과 장소의 속박없이 시청자가 골라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더 자극적이고 더 단편적인 영상의 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스럼없이 트루먼처럼 먹고 자고 일상적인 삶을 방송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모두가 트루먼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90년대 영화들 중 B급 감성과 독특한 아이디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지않고도 재밌게 볼 수 있다. 오랜만에 90년대 감성을 충전하기에 충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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