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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야할 컨텐츠 -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티스토리 같은 블로그와 차별점이 확실하다. ‘매거진’과 ‘브런치북’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이어서 글을 쓰는 연재가 가능하다. 그래서 보통 짧게는 10편, 길게는 20편이 넘는 글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혹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이어가기 때문에 블로그와 확연히 다른 플랫폼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영상도 아니고, 웹툰의 만화 그림도 아닌, 글을 정주행하면서 읽어가기란 정말 쉽지 않다. 글 위주의 컨텐츠가 주는 피로감 때문이다.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는 있지만, 도대체 몇 명이나 글을 제대로 읽는건지는 알 수가 없고 나도 다 읽지 않은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사진 대신 글이 담긴 인스타그램 같은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그러다 우연히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라는 브런치 연재물을 읽게 됐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어 때문이기도 했지만, 귀여운 커버와 독특한 소재 덕분에 자연스레 읽기 시작했고 정주행을 마칠 때까지 쉽고 편하게 읽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브런치에서 정주행 완료한 몇 안되는 브런치북에 등극했다.

 

이 브런치북의 제목은 <초보 노인입니다>. 노인, 누구나 아직은 조금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삶의 어떤 지점이다. ‘우리가 노인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 부부는 여러 주거 선택지 중 ‘실버아파트’를 선택한다. ‘실버아파트’라는 개념을 들어보기만 했지, 실제 국내에 존재하는지를 이 브런치북을 통해서 알았다. 총 18화로 구성된 브런치북에서는 멋모르고 실버아파트에 들어간 작가가 겪는 불편하고도 어색한 ‘초보 노인’의 첫 실버 아파트에서 겪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전하고 있다. 언뜻 봐서는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크게 다른게 없지만, 작가의 집요한 집중력에 걸려드는 미묘한 차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브런치북이 일반 우리네 부모님, 할머니의 일기와 다른 점은 작가의 통통 튀는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두가 비슷해져가는 노년 생활에서도 실버 아파트는 같은 연령대 사람만 모여있어 반복과 고요한 정적이 일상인 곳이다. 그런 곳에 싫증을 느끼는 그 ‘감각’에 ‘앞으로 실버가 될 이들’이 공감할 수 있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우리는 모든 순간, 모든 나이를 처음 겪는다. 나는 처음 20대가 되었을 때도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열-’로 시작하는 대답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나는 항상 내 생물학적 나이를 따라갈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나이가 60, 70이 넘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제 나이를 찾아 무섭게 적응하고마는 그런 반복이 계속 될 것 같다.

우스운 것은 난 아직도 이곳에 살고 있으면서 호시탐탐 다른 곳을 꿈꾸는 유목민이란 것이다. 그런데 더 우스운 것은 어딜 떠돈다 하더라도 결국엔 이곳에 머리를 두고 싶어 하는 더할나위없는 노인이란 것이다.
- <초보 노인입니다> -

 

https://brunch.co.kr/brunchbook/silver

 

[브런치북]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

실버아파트는 당연하지만 노인들만 산다. 노인들은 그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입주한다. 그들 대부분은 노인들만 살고 있는 이 집합건물 또한 삶의 한 과정을 닮고 있을 뿐, 다른 의미를 찾진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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