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Arc Browser로 전환하기 위해 Safari 브라우저에서 북마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맥북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2013년부터였기 때문에, 사파리의 북마크에는 그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보지 않았던 페이지부터, “나중에 봐야지” 하며 저장해 두었지만 수개월, 수년 동안 들춰보지 않은 북마크와 읽기 목록을 하나씩 확인하며 정리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니 오래된 페이지들의 현재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하며 아쉬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웹페이지는 주소만 알고 있다고 해서 종이 페이지처럼 영원히 보관할 수는 없다. 서버가 문을 닫거나 작성자가 글을 내리면 URL은 단지 빈 집을 가리키는 주소에 불과해진다. 10년 전엔 유망했던 서비스나 대형 커뮤니티가 지금은 문을 닫아 더 이상 글을 볼 수 없게 된 경우도 꽤 많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유행이 한 바퀴 돌고, 인기를 얻던 것들이 쇠락하거나 전혀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 자신은 참 게을렀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었다.
당연히 아직도 잘 운영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이트나 블로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면 놀라움과 함께 서글픔이 밀려온다. “다시 읽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저장해 둔 페이지들은 이제 메타데이터 제목만 남은 로스트 미디어가 되어버렸다. 한때는 왕성하게 교류했던 지인들의 블로그도 이제는 문을 닫았고, 그때의 추억과 함께 담겨 있던 글과 사진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Error 404, Not Found, 알 수 없는 페이지, 페이지 오류, 연결 오류.
내 북마크 속 많은 사이트들이 이러한 상태로 변했다. 나는 여전히 사라진 페이지들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페이지들을 하나씩 지우고 있다. 2013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대학교 과제나 취업 준비를 위해 북마크 했던 사이트들을 많이 저장해 두었는데, 그런 사이트들은 아직도 존재하지만 이제는 나에게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그 사이트들을 삭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해 보니, 20대의 취업을 준비하던 내 고민이 엿보였다.
시간이 흐르며 나의 삶도 변화했다. 신혼부부였던 우리는 이제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집 안의 많은 가구와 가전을 버리거나 처분해야 했다. 틈나는 대로 정리하고 버리는 습관이 없는 나는, 웹상에서도 여전히 정리를 미루고 있다. 새로운 브라우저로 깔끔하게 시작하고 싶지만, 적어도 과거로부터 쓸모 있는 몇 가지는 들고 가고 싶다는 고집이 나를 북마크와 읽기 목록 정리를 계속하게 만든다.
여기까지 읽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여러분의 브라우저 속 북마크와 읽기 목록은 어떤지 궁금하다. 혹시 나와 같이 너무 오랫동안 돌아보지 않았다면, 새로운 계절이 오고 있는 지금, 계절 옷을 정리하듯 북마크와 읽기 목록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여러분의 회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