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영화에 대해서 들었을 때
흥미롭긴 했지만 사이버/가상의/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들은
이미 충분히 많이 있었기에
her은 무엇이 다를지,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끝끝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스칼렛 요한슨의 허스키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귓가에 멤돈다.
전체적으로 몇 명 등장하지 않는 영화지만 전반적인 캐스팅이 정말 좋은 구성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몰입은 목소리만 등장하는
상대역 때문에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주인공의 감정표현이었다.
시종일관 카메라는 시모도어를 너무 가깝게 클로즈업하지도
너무 멀리서 원샷을 잡지도 않는다.
앵글은 마치 일정 거리를 일부러 두는 것 같이,
책 속에 담긴 문장의 단어와 단어사이의 거리만큼
떨어져서 바라본다.
(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때도, 혼자 방에 있을 때도, 회사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을 때도
밝은 원색톤의 옷과 안경, 수염으로 대표되는 그의 외모는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차가운 미래와는 조금은 다르다. )
이런 구도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남자 배우가 찌질함과 동시에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캐서린 역도 감정의 침전물이 남아있는
전 아내 역에 잘 어울렸다.
추억 회상씬에서는 아름답게만 그려지던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서 다시는 끼워 맞출 수 없게되버린
퍼즐 같이 남겨진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클라이막스나 엔딩이 아님에도
영화 중간중간에 눈물이 났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장면들은 단 한 컷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당신의 가슴 속에 담았었고
헤어짐을 겪었다면 회상시켜주는 대사들과 장면들 때문이다.
너무도 달라져버린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았던 사람과
그 감정들…
분명 우리는 하나가 되어 둘이 하나의 연애,사랑을 했음에도
서로 다른 입에서 나오는 두 개의 이야기…
그리고 왜 이 영화의 제목은 SHE 가 아니라 HER 이 되었을까?
오랜만에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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