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라는 단어는 항상 나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20대 초반에는 멀리 있어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 20대 후반을 향해 가면서는 물에 불린 솜 마냥 무겁고 거대하게 나의 어깨를 짓눌렀다. 총 3번의 도전이 있었다. 2015년 하반기, 2016년 상반기, 2016년 하반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대기업 공채부터, 이름도 모르는 중소기업까지. 전공과 연관있는 직무부터 전혀 관련없는 분야까지 지원하였다. 이를 취업 도전이라고 부르는게 옳은지도 사실 모르겠다. 취업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20대 중후반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취업난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출생과 입학, 졸업처럼 당연한 인생 경험이 되버렸다. 그렇기에 취업 후기를 쓰는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스스로에게도 여러 번 되물었다. 전국에 있는 취준생들이 목표로 삼는 대기업 취업에 실패했음에도 취업 후기를 쓴다는 건 사람들이 이름도 모르는 대학에 들어가서 대학 진학 후기를 남기는 것 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관심 밖에 있을 것이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 이 조용하고 작은 블로그를 방문하는 취준생에게 (대기업에 도전하고 있거나 혹은 중소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누구라도) 아주 소박한 팁을 주고 싶기도 했고 대기업 취업에 실패했던 사람으로서 작은 이정표를 남기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이번 1년 반 남짓한 취업 준비 시기는 인생에 있어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힘든 동시에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볼 수 있던 기간이었기에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취업 후기 세 편은 타인에게도 공유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해 걸어왔던 길에 설치하는 ‘이정표 세우기’ 작업이다.
티스토리는 포스팅을 할 때 글의 주제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걸 경영,직장 카테고리에 넣어야할지, 교육 카테고리에 넣어야할지 고민이 됐다. 그럼에도 교육 카테고리에 넣은 이유는 결국 초등 기초 교육부터 시작해 고등 대학교육까지 받은 궁극적인 목적이 '직업'을 갖기 위한 선행작업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취업 도전 후기는 교육과 적어도 끈이 닿아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교를 가려고 하는 것 모두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볼 수 있으니깐. '취업'이 적어도 삶과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까지 말하긴 어려워도 '취업'이 인생 제 1대 과제 쯤은 되지 않을까?
본격적인 취업도전 경험을 말하기 전에 소위 말하는 취업 스펙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취업 스펙이란 학창시절 중간고사 시험시간이 끝난 뒤 반 학생들과 답을 맞춰보는 행동과 유사하다. 본능적인 안도감을 얻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회사, 직무에 나와 동일한 스펙을 가진 사람을 찾아냄으로서 자신의 입사가능성에 대한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실패에 대한 원인을 가장 쉽게 파악하고 고칠 수 있는 지표, 스펙으로 돌려 취업자들 스스로 변명거리를 마련하는 셈이다.
필자의 스펙은 서울 중하위권 대학의 전기전자 계열에서 공부를 하면서 취업에 대한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갖고 있지 않았다. 덕분에 학업에 관련된 활동보다는 취업적 관점에서는 쓸데없는 대외활동을 몇 가지 경험했다. 교육봉사활동을 두 번 진행했는데 그 시간에 학점을 좀 더 올리는게 취업에는 더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다. 이외에 휴학하고 참여했던 창업도전 한 번, 교내 발명 공모전 1회 참가가 그나마 학업과 관련된 외부활동이었다. 되돌아서 생각해보면 학점을 높이는데 최대한 집중하고 외부활동은 전공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는 개발 대외활동에 참가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전자공학 경우에는 AVR이나 라즈베리파이를 이용해서 IoT나 괜찮은 아이디어를 코딩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가장 최선으로 보인다.
<2015년 하반기.>
2015년 하반기 4학년 2학기를 무턱대로 들어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2015년 상반기, 즉 4학년 1학기부터 대기업을 포함해 눈에 보이는 인턴 공고는 모두 집어넣었다. 서류를 넣으면 대부분 보게해준다는 삼성전자 SSAT를 봤다. 나머지는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도 학과 게시판 구석에 붙어있던 ‘대덕전자’인턴 공고를 발견했다. 회사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지만 입사 지원 서류를 넣으면서 검색을 한 결과 안산에 위치해있고 나름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로서 포지션은 공고해보였다. 운좋게도 면접에서 통과해 하계인턴에 덜컥 참가하게되었다. 안산 기숙사 제공이었기에 안산에서 두 달간 인턴 생활을 했다. 처음으로 사회 경험 및 회사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대덕전자는 나에게 무척 큰 영향을 주었다. 인턴에게 일반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각 팀으로 배치했지만 대부분 방치 및 작업자 신세라 당시에는 동기들과 많은 불만을 토로했는데 후에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고나서는 대덕전자의 인턴 시스템이 나름 체계적으로 인턴들을 잘 챙겨준거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대덕전자’ 인턴 경험이 실제로 취업활동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현장에서 직접 라인을 보고 같이 일해볼 수 있는 경험과 실제 품질관리 직무와 생산관리 직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덕분에 면접장에서 대충 품질직무와 생산관리 직무 내용을 인터넷과 선배들한테 이야기만 듣고 온 지원자들에 비해서 확실히 메리트를 가질 수 있었다. 면접관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지원자가 지원한 업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지원했는지와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기업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라인은 보안이 철저해서 작업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PCB 업체 라인과 공정을 직접 눈으로 본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안산과 시흥에 삼성과 애플에 납품하는 PCB Player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수고해서 찾아본다면 인턴 경험은 독특하면서도 취업에 도움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물론 삼성과 현대 같은 대기업의 인턴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 회사 고유분위기와 회사 문화를 익히는 동시에 직무도 파악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대기업 인턴은 대기업 공채만큼이나 경쟁률이 심하기 때문에 먼저 대기업 인턴 도전과 위에서 말한 중견 기업 인턴 지원을 투트랙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물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참가하는 본인이 어떻게 행동하고 인턴 동기, 회사 선배, 부장님, 과장님 등 주변인물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함으로서 취업 전, 졸업 전 인턴경험을 얼만큼 가치있게 가공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2달 넘는 인턴생활이 끝나면서 순간순간 느낀 생생한 감정, 이론, 경험을 메모로 남겼고 그 기록이 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막상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긴박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조급함 때문에 당시의 경험을 못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들은 언제들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메모하는 습관이 주요했다.
대덕전자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취업이 목표가 아닌 취업 이후 어떤 회사 생활을 해야할까라는 질문까지 나의 시선을 확장시켜준 좋은 계기였다. 취업이 인생의 끝이 아니므로, 내가 실제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반평생동안 지속해야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한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한 젊은 20,30대의 하루 24시간 중 12시간 가까이 보내야하는 직장, 부서는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는 어떤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가진 집에서 살지 정하는 것보다 더 신중해야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본격적인 막학기를 시작하고 취업시즌을 마주하면 배부른 생각같이 느껴진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에 원서를 넣고 혹시 모르니 이름은 들어본 중견기업까지 알아보고 동시에 막학기 수업을 수강하기에 바쁘다. 9월 시작부터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는 압박감이 오기 시작한다. 아직 진열 준비가 안된 가게가 고객들 앞에 가게를 오픈하는 느낌이다.
- 자소서
자소서를 맨 처음 썼을 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막막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일기검사를 하면서 첫 문장 시작을 ‘오늘’, ‘나는’ 으로 하지말고 일기를 써오라고 했을 때 만큼이나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온다. 가장 좋은 것은 질문에 대한 한 줄 답변을 미리 써보는 것이다. 그리고 왜 그런 답변을 했는지? 근거를 설명하는 과정을 생각해봐야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잊혀진, 혹은 드러나지 않은 나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답을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히 자신이 체득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 판단이다. 거기까지 닿으면 자신의 경험 + 명확하면서도 간결한 답변 + 답변에 대한 근거를 단단한 사슬로 묶어서 진열해야한다. 어렵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렵다. 특히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공대생들에게는 더욱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책을 많이 읽어라’, ‘글을 많이 써봐라’ 와 같은 답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는 훈련법이다. 그런 것들은 당연히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동시에, 막학기 정도는 문학이나 글과 관련된 수업을 듣는 것이 좋다. 필자는 평소 듣고 싶었지만 전공인 전자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문학’ 강의를 들었다. 순수하게 재미를 위해서 들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취업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단 과제가 소설을 읽고 그에 대한 비평을 써서 제출하는 것이었고, 때로는 비평이나 짧은 글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업의 특성상 조별 토의, 조별 간 토론 등이 많았는데 이는 공대 전공 수업에서는 보기 힘든 활동이지만 취업도전에 있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들이다. 수업 시간만으로도 토론,토의, 발표, 글쓰기, 발상하기 등의 활동에 따로 준비할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매주 해야만 하는 것들이라 감을 익히는데 제격이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같은 직무라면 중소기업,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기업에도 자소서를 넣었다. 추가적으로 평소에 정말 관심있던 분야와 ‘만약 공대생이 아니라면 내가 제일 가고 싶은 분야는 어딜까?’라는 고민 끝에 넣어본 회사도 있었다. 자소서를 한 번 잘 써놓으면 아무리 자소서 질문 항목이 바뀌어도, 지원하는 회사가 바뀌어도 재조립 및 재정렬을 통해 나름 준수한 수준의 자소서를 완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에피소드별 이야기 전개, 느낀점, 따라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정리해놓아 질문 내용이 조금 바뀌고 요구하는 글자 수가 틀어지더라도 미리 써놓은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었다.
- 인적성
요즘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대부분 인적성 검사를 한다. 문제를 푸는 것도 푸는 것이지만 시험 결과를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시간이 매우 타이트하게 주어져 있어 문제를 다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닌 피시험자의 성향, 사고방식, 추론 능력 등을 검사하는데 제격인 테스트이다. 인성검사를 시험문제라고 생각하고 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따라서 솔직하면서도 일관된 답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적성 검사는? 적성 검사는 취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직전 방학기간에 검사유형과 대표문항 학기가 시작되는 기간 3월,9월 초부터는 기출문제집을 시간을 재면서 실전처럼 문제를 풀어야한다. 문제는 몇몇 친구들이 기출문제집을 유형별로 나눠서 푼다던가 한 회분을 몇 일에 나눠서 푸는 경우가 많은데, 그냥 실제 시험과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내리 3,4시간 씩 제대로 시간을 측정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매우 중요한 시험이고 3,4시간 동안 완전히 문제 집중하는 동시에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배제하고 연습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미리미리 책 읽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읽기와 분석은 이 인적성뿐만 아니라 지원자가 회사에 들어가서도 매우 필수적인 항목이다. 몇몇 사람들은 애초에 책이나 텍스트 읽기에 관심없었다고, 이제와서 읽으라면 그게 읽어지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포기상태로 있다간 스스로 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운이 좋아 취업하더라도 회사생활을 제대로 이어가기 힘들 것이다. SSAT와 HMAT 둘 다 ‘읽기-분석’ 이라는 인적성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므로 이 능력을 쌓아간다면 어느 인적성을 보더라도 큰 두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 면접
서류와 인적성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었으면 깊은 골짜기가 남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류와 인적성을 뚫고 오는만큼,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경쟁을 뚫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면접이라는 골짜기에 갇혀 앞서 겪었던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면접까지 오면 다왔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본인도 부끄럽지만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보이는 열 댓명의 인원 중 한, 두명. 운이 좋다면 세 명이나 붙을 수 있을까? 1000명 중에 100위 안에 드는 것은 쉬울지 모르겠다. 100명 중 10명 정도 안에 드는 것도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00명 중 1등을 해야한다면. 그건 쉽지 않다. 면접 답변 attitude에 대한 여러 조언이 있지만 적당히 MSG를 첨가한 사실 중심의 답변이 좋을 듯하다. 면접 자체가 일방적인 공세를 당해야하는 장소다. 면접관은 나의 인적정보뿐만 아니라, 대학성적, 대학시절에 했던 대외활동들을 살펴보고 무엇을 했는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을 뽑아야할지는 이미 그들 머리 속에 그려져있기 때문에 지원자는 이들이 어떤 후보자를 찾고 있는지 파악해야한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면접을 보다보면 워낙 다양한 성향을 지닌 면접관들과 면접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지거나 무언가 파악하긴 힘들다.
여러 대기업 면접을 보면서 든 생각은, 먼저 해당 기업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하고(너무 추상적이지만 주변에서 삼성전자, 현차 재직자를 보고 해당 이미지가 어떤 이미지인지 파악하고) 면접 중 큰 실수를 안하고, 그렇다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도 안되며, 좋은 실력과 무난한 인성을 좋아한다는 느낌. (내가 면접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은 확인할 수 없지만). 이미지 메이킹과 실수없는 면접을 보고 나왔다면 운에 맡기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게 없다.
첫 취업 도전에서 운 좋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만도헬라, 신도리코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3개의 면접을 봤는데, 창의성 면접과 인성 테스트를 하고 바로 결과를 면접관이 받아보고 하는 인성 면접, 전공 면접을 봤다. 창의성 면접은 미래의 유모차를 상상해보고 원리를 설명하는 문제였고 전공은 전자기학 쪽과 가장 좋아하는 전공 분야에 대해서 설명해보라는 이야기였다. 창의성 면접은 재치있게 대답한 것 같았지만 인성 Test 결과를 면접관들이 바로 들고 보는 면접은 쉽지않았다. 내가 약하게 나온 분야를 꼭 집어서 공격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SK 하이닉스는 전공면접과 토탈면접이 있었다. 전공/직무 면접은 품질 관련 이슈를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종이에 적어서 내는 면접이었고, 토탈 면접은 전공도 물어보고 인턴 경험 및 학창시절부터, 영어 면접까지 갑자기 시키는 면접이었다. 대기업 면접은 꼭 면접관 중 한 명은 까다로운 사람을 배치하기 때문에 충분히 날카로운 공격에 연습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능글맞게 대응한다면 회사 성향에 따라서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항상 적당히가 중요한 듯 싶다.
신도리코 면접은 시험문제처럼 몇 가지 문제를 풀고 면접은 경영진으로 보이는 노인 3분이 봤다.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고 질문도 받지 못해 기회자체가 없었다.
현대 모비스는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2차 면접을 보는 곳이었다. 1차 면접만으로도 충분히 하루종일 보는 면접에 지치게 하는데 2차까지 있는 경우 더 힘들다. 현대 모비스 1차 면접은 인성 면접, 전공 면접, 토론 면접으로 종류도 다양했다. 인성 면접은 준비한 것을 쭉 이야기하면 무난히 받아주었고 전공 면접은 전공과 직무를 연결하여 문제에 대한 답변 발표를 현장에서 준비하는 면접이었다. 토론 면접은 하나의 이슈를 2팀으로 나누어 토론을 하는 면접이었다. 주제에 따라서 원하는 답변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너무 정답이 뻔히 보이는 문제에서는 팀을 임의로 나누어서 내가 생각했던 정답의 반대편에서 토론을 펼쳐야할 수도 있다. 이는 충분히 미리 연습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특히 토론 면접 준비 뿐만 아니라 4학년 때 토론이 들어가있는 교양과목을 수강함으로서 충분히 연습하여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 +) 2차 면접
2차 면접이 사실 가장 골치아픈 존재다. 같은 곳에서 또 면접을 보는데 이번에는 나를 합격시켜주었던 면접관이 아니라 또 다른 면접관이 들어온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 2차면접에 한 직무 지원자 중 10명에서 20명을 초대하고 이 중 많으면 5명, 적으면 1명에게만 최종합격을 선사한다. 따라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당신을 충분히 경쟁력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합격자에 들지 못하면 결국 1차 면접 탈락자와 같은 처지임에는 변함없다.
현대모비스 2차 면접 직전, 강남의 한 학원에서 영어면접을 따로 봤다. 외국계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사람과 모비스 직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들어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만 말한다. 지문을 들려주고 브리핑하거나 바다 속 레스토랑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홍보해보시오. 같은 상황극 문제도 있으니 쉽지 않지만 토스나 오픽을 잘 준비해왔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면접이었다. 진짜 2차 면접은 문제를 종이에 푸는 Test와 임원 면접이 있었다. 임원면접은 이제까지 봤던 면접 중 정말 까다로웠는데 전세계 현대모비스 공장이 있는 나라, 국내 공장 위치, 직원 수 같은 걸 물어보기도 했다 회사에 대한 관심을 측정해보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점을 외워오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직무에 대해서 상세히 물어봤는데 도저히 거기 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질문들도 많았다. 가장 합격과 맞닿아있었지만, 생각보다 준비가 너무 미흡했고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만 받은 것 같아 가장 아쉬웠던 면접이었다.
2015년은 9월부터 마지막 결과가 나오는 12월까지 정말 정신없게 산 것 같다. 9월에는 눈에 보이는 회사에는 전부 서류를 집어넣었고 10월에는 매 주말마다 인적성시험을 보느라, 주말에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11월에는 계속 면접 준비와 면접일정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서류를 집어넣었다. 12월에도 서류를 넣기도 했으니깐. 그리고 혹시 몰라 동계인턴도 닥치는대로 다 지원하였다. 절실함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같은 과에 누구보다도 많은 서류, 인정성 합격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종합격을 하지못했다. 누군가는 서류 한 군데 붙어서 그곳에 최종까지 합격했다는 사실을 보면 결국 서류, 인적성 합격 갯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취업난에서는 많은 취업도전 경험이 있을수록 여유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서류와 시험으로는 유능하고 회사에 적합한 인재일 것 같아 면접을 봤더니 부적합한 인재’라는 기업들의 판단 때문에 최종 합격 문 턱에서 자꾸 넘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실력과 스펙의 차이는 없을 수도 있다. 지원자의 그 날 컨디션이 좀 더 좋아서, 혹은 그 날 유난히 미소가 밝고 긍정적인 인재처럼 보여서 합격했을 수도 있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결과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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