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어제 여자 스피드스케이트 팀추월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화젯거리다. 팀추월은 마지막 선수가 들어오는 기록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게임이다. 해당 경기에서 마지막 바퀴에서 노선영 선수가 나머지 두 선수에 비해 크게 뒤쳐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노선영 선수를 무시하듯 빠르게 앞질러 나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경기 중 앞에서 공기 저항을 막아준 선수를 후반에 보호하면서 같이 나아가는게 이 팀추월 경기의 묘미이자, 경기의 목적이 아닌가? 그냥 냅다 달릴 거면 1500m나 3000m 개인종목을 나가는게 마땅하지 않은가? 참고로 김보름 선수는 1,500m 개인 경기는 포기했다.
아마 경기만으로 끝났다면 수 많은 의혹과 루머만 무성한 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는 이 모든 논쟁에 불을 스스로 지폈다. 자신과 박지우 선수만을 묶어 ‘저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은연 중 노선영 선수와 실력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이 없다는 듯이 웃는 헛 웃음이 이 인터뷰의 백미다. 꼭 챙겨보시길. 누군가 당신 앞에서 이렇게 웃는다면 이건 100%다. 당신을 깔보고 있거나 아니면 당신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x64D2giAC4][1]
결국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인 20일까지 노선영 선수가 따돌림을 받고 있는거 아니냐는 많은 논쟁과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김보름 선수와 백철기 감독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형적인 빙상 협회의 급한 불을 끄려는 기자회견에 불과했다. 해당 선수는 눈물을 보이고 감독은 아무 문제 없었다를 외치는 기자회견. 우린 참 많이도 반복해서 봤던 그 장면이다. 기자회견이 있던 날 밤 SBS 뉴스에서는 단독으로 노선영 선수와의 전화인터뷰로 기자회견 내용을 전부 반박했다. 이로서 기자회견에서 다뤘던 이야기들은 아직 팩트냐 아니냐는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 기자회견의 형식에 대해서 들여다봐도 전혀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 사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눈물을 흘리고 나왔다면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를 한다는 건지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해야하는데, 이 기자회견에서 말하는 사과는 ‘실망시킨 분들’에게 드리는 사과란다. 왜 실망을 시켰을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들어가있지 않은 1차원적인 회피성 사과다. 어린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혼나기 싫어서 사과하는 모양새와 엇비슷해보인다.
결국 문제는 또다시 빙신연맹으로 불리는 연맹과 한체대 주류 라인의 혜택 논란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무려 김동성, 안현수 때부터 들려왔던 학벌, 연맹, 인맥이 늘러붙어있었다. 노선영 선수는 연맹의 실수 때문에 이번 올림픽을 출전하지 못할 뻔 했다. 반면 김보름 선수는 선발전 없이 추천으로 국가대표에 오를 수 있는 매스스타트 종목에 국가대표로 뽑혔다. 물론 자신의 실력으로 다른 종목에서 대표가 된 것이지만, 두 선수의 올림픽 출전의 난이도는 처음부터 확연히 달라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팀추월이라는 종목에 두 선수가 같이 출전한 것도 참 운명적인 만남이다. 김보름 선수는 한체대에서 특별 개인 훈련을 진행했기 때문에 노선영 선수와 팀추월 경기 훈련을 같이 해본적도 없고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사실 두 사람의 사적인 문제로 제껴두더라도 사적인 대화가 아닌 감독과 선수들간 전략에 대한 대화는 오고가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그런게 없었다면 감독 존재의 이유 자체가 없으니깐. 마침 빙신연맹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가 올라왔다.
[http://ilyo.co.kr/?ac=article\_view&toto\_id&entry\_id=289835][2]
모두 팩트로 볼 수 있을지는 일반인인 우리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다만 기사에 나와있는 인물들과 경기 결과는 일치한다. 적어도 뇌내 망상으로 작성한 기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체대 라인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혜택과 양보하기, 페이스 메이커로 한체대 선수 도와주기 이야기는 이미 이 사건 전에도 계속 지적되던 일들이다. 결국 쌓여왔던 적폐가 이번 사건으로 사회에 드러나게 되었다. 아마도 소속되어 있던 사람들은 진작부터 알던 이야기일 것이다. 성추행, 성폭력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Me Too 운동이 이어지고 있듯, 빙상 연맹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Me Too 를 통해 결코 자발적 정화가 될 수 없는 적폐연맹의 청산이 필요할 듯 보인다.
[1]: https://youtu.be/-x64D2giAC4
[2]: http://ilyo.co.kr/?ac=article_view&toto_id&entry_id=289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