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밝혔듯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평창 올림픽에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지만, 이왕 선정되어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한 거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올림픽을 직접 보러갈까라는 생각에 어렵게 스피드 스케이팅 표를 예매했다. 가고 싶었던남자 5,000m 스피드 스케이팅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들리는 소문과 다르게 남는 표가 없었다.
(평창 공식 홈체이지에서 표가 어떤 방식으로 Sold out 되고 다시 열리는 지 몰랐지만 계속 사이트에서 30분 단위로 남은 표를 확인하다보니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이미 올림픽 기간이라 그런가, 아니면 주말에 예매를 해서 그런지 계좌이체가 안되서 꽤나 애 먹었다. 카드는 VISA 카드만 결제가 되기 때문에 결제를 하시는 분들은 컴퓨터로 하거나 신한FAN페이 등을 미리 설치해두어야 한다. )
경기 입장권을 예매한 후 바로 다음에 찾아본 것은 KTX 표였다. 당일치기로 갔다올 예정이므로 KTX 표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강원도까지 KTX가 뚫린 것은 이번 올림픽 개최의 큰 성과이자, 이번 올림픽이 흥행 실패로 이어지지 않은 원인 같다. 서울역에서 강릉 및 평창으로 가는 기차는 이미 진작 Sold out이라 청량리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기차를 예매했다. 집에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역이라, 청량리에서도 KTX가 출발해 상당히 편하게 강릉까지 갈 수 있었다. 소요시간이 1시간 반도 안걸려 차를 끌고 강원도로 가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강원도로 갈 수 있는 방법이 KTX 덕분에 생긴 셈이다.
(+ 아쉽게도 올림픽이 끝나면 KTX가 다니지는 않고 한 등급 아래의 열차가 다닌다고 한다. )
강릉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평창 동계 올림픽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먼 타국에서 자국 대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올림픽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찾아온 많은 외국 사람들과 국내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런 북적임이 아마도 축제의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추운 올림픽이라는 명성답게 강릉역 바깥에서는 칼날 같은 바람이 먼저 반겨주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강릉역 앞에 세워져있었는데, 외국 사람들에게도 이번 평창 올림픽의 마스코트들이 꽤나 인기있는 모양이었다. 강릉 올림픽 파크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5~10분정도 걸어 버스 대기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마다 출발하는 버스가 몇 대씩 대기하고 있으니 적어도 추위에 떨면서 셔틀 버스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올림픽 파크 앞에 매표소에 길게 서있는 줄을 볼 수 있다. 경기 입장권을 예매한 사람들 중 실물 표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표를 예매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경기는 보지 않고 올림픽 파크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올림픽 파크 입장권만 살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강릉에 다른 일로 들르거나, 놀러온 분들 중 경기에 별 관심 없거나, 올림픽 분위기만 느끼고 싶다면 단 돈 2,000원으로 올림픽 파크 안에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추운 날씨 속에 그렇게 많은 볼거리, 놀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기대하지 말고 가길. 대기업의 스토어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를 보러가는 입장에서는 다 1시부터 보기 시작해서 거의 9시까지 (경기 2시간을 제외하고) 올림픽 파크에 있었는데 적어도 심심할 시간은 없었다. 물론 많은 시간이 스토어나 체험코너에서 줄을 서는데 소요되긴 했다. 그래도 지루하다거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먼저 간 곳은 올림픽 파크 안 공연장 근처였다. 체감 온도 영하 20도에 가까운 궂은 날씨에도 어느 한 뮤지션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앞에는 적은 인원들이 몰려있었다. 공연 광장에는 한식과 몇가지 음식을 파는 매대가 있는데 실외에서 먹는 공간 밖에 없어 도저히 이 날씨에는 먹을 수가 없었다. 코카콜라 건물에 들어가니 이전 올림픽에서부터 공식 협력사를 맡고 있는 코카콜라 '핀' 매장에 들어갔다. 간단한 사진 SNS 이벤트를 통해서 코카콜라 핀을 받을 수 있었다. 그곳에 계신 외국 분들과 올림픽 파크 곳곳에 돌아다니는 geek한 할아버지들을 만나서 핀 트레이드를 통해서 다양한 핀을 모을 수 있다고 하니 올림픽 파크 내에서 즐길 거리가 생긴 셈이다. 코카콜라 핀 뿐만 아니라 각종 스토어에서 자신들만의 핀을 나눠주고 있고(삼성 등) 구매도 가능하다고 하니 이러한 콜렉터들을 자극하는 굿즈들에 관심이 많다면 결코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파크 중앙에는 거대한 코카콜라 자판기가 있는데 모형 코인을 넣으면 일반 코카콜라부터, 제로 코크, 한정판 코카콜라, 에코백 등 다양한 상품을 받아갈 수도 있다. 물론 이런데서 결코 운이 없는 필자는 제로 코크를 받았다. (심지어 이때 받은 콜라가 가방 안에서 터져 전자제품과 올림픽 티켓을 콜라에 적셔버렸다.)
실제 경기를 본 올림픽 파크 강릉 빙상 스케이트 경기장은 매우 컸고 시설에서 새 건물 느낌이 물씬 났다. 야구장 처럼 각 간단한 간식(떡볶이, 만두, 어묵 등)과 맥주를 비롯한 음료 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조사거들은 B좌석을 구매했지만 거의 A좌석과 큰 차이가 없이 선수들이 잘 보였고 공간도 그렇게까지 좁지 않아 2시간 관람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관람한 경기는 남자 5,000m 스피드 스케이트를 봤는데 대한민국에는 이승훈 선수가 유일하게 출전하는 경기였다. 원래 주 종목도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초반 레이싱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전 선수들에 비해 기록이 나빠 무덤덤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보통 선수라면 지칠 중반 이후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오더니 계속 속력이 붙어 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비록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선수의 투지가 느껴져 2 바퀴 정도 남았을 때 달아오르던 경기장의 분위기와 함성은 인상적이었다. 이게 바로 티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직관의 매력이다. 경기 자체는 UHD 영상으로 볼 수도 있고 친절한 해설위원들이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는 티비시청이 더 나을지 몰라도 확실히 현장감과 경기의 스릴을 온 몸으로 직접 느끼고 싶다면 현장에 와서 체험하는 것 만큼 강렬한 게 없기 때문이다.
경기 관람 이후 삼성전자 관에 갔는데 일반 삼성 매장이라고 생각하고 갔지만 들어가자마자 삼성전자가 이 곳에 꽤나 공들여서 기획하고 상당한 투자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들어가자마자 버디를 신청하면 노트8을 들고 다니면서 갤럭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2층으로 이뤄진 체험관 곳곳을 다니면서 체험과 핀수집, 이벤트 참가, VR 참가, 사진 촬영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신청하는 모든이들이 매장에 들어설 때부터 자신들의 최신 플래그쉽인 노트8을 관람객들 손에 쥐어주는 마케팅은 삼성전자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놀라움을 주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강릉 올림픽 파크를 방문한 관람객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슈퍼스토어였는데, 낮에는 줄서서 1시간 넘게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8시가 넘어서는 줄 없이 그냥 들어갈 수 있다. 슈퍼스토어 내부는 낮과 밤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괜히 줄서는 것 보다는 올림픽 파크에 늦게까지 남아있을 계획이라면 그냥 늦게 스토어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념품 가게지만 다양한 물건들이 눈에 띄었고, 곧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관심이 떨어질 것 같은 굿즈들이라 구입하지 말까라는 고민이 전혀 들지 않고 꼭 한 두 개의 기념품을 사게 만드는 묘한 동계올림픽이자, 슈퍼스토어였다. 여기 추가적으로 핀과 함께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구입했다. 물론 이런 기념품 들이 서울역에 위치한 스토어나 곳곳에 위치한 기념품 점에서 구입가능한 물품들이었지만 왠지 평창 올림픽 현장에 왔으니 하나 쯤은 사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프렌치 후라이와 햄버거 모양을 딴 맥도날드에 가서 저녁을 해결했다. 앞에 외국인들은 김치빅맥이라도 있는게 아닐까 기대를 하면서 들어갔지만 햄버거 종류가 3가지로 제한된다. 추운 날씨 속에 맥도날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한다. 무슨 햄버거를 먹는데 줄까지 서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줄서는 곳에 자원봉사자가 나와서 응대를 해준다. 외국인에게는 영어로,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한국 정서와는 다르긴 하지만 외국에 온 느낌도 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식사 후 다시 셔틀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강릉역에 도착하고 보니 다른 경기를 보러 다른 경기장으로 향하는 무리들과 서울에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KTX를 타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덕분에 청량리 역 주변 숙박업소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
아침 10시에 출발하여 집에 저녁 12시가 넘어 들어왔다. KTX 덕분에 한결 가까워진 강원도, 강릉, 평창이라 하루 당일치기 코스로 갔어도 동계 올림픽 경기와 그 분위기를 물씬 체험하고 올 수 있었다. 꽤나 많은 분들이 이번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운영을 부정하고 싶고, 또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냥 지구촌 축제라는 그 단어 그대로 올림픽을 즐겨주었으면 한다. 직접 현장에 가보면 정말 ‘축제’라는 분위기가 무엇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올림픽 폐막 이후, 경기장과 투자한 인프라에 대한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현재에만 집중해도 좋을만한 타이밍이다.
직관 후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선수촌의 선수들이 아니라 1달 간 평창과 강릉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운영하고 폐막하고 정리까지 맡아서 할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특히 방학을 맞이하여 참가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새로운 문화와 축제의 분위기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페스티벌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대학시절 대한민국에 올림픽이 개최되고 그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시기적으로 천운이 따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디 평창과 강릉, 그곳에서 올림픽의 매순간을 즐기면서 안전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도록 봉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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