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라면 대부분 박지성 때문에 EPL을 보기 시작해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한국 선수들의 Epl 진출 덕분에 Epl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국인 선수들 때문에 Epl을 보다보니 한국 선수가 없더라도 저마다 응원하는 팀이 생기고 그렇다보니 계속 Epl을 보게되는 순환이 일어났다. 필자 같은 경우는 Epl 무패 우승이라는 이제는 Epl의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와 뻥축구나 거친 축구가 아닌 아름다운 패싱 플레이를 보여주는 스타일에 매료되어 아스널이 경기를 챙겨보곤 했다. 하지만 내가 본 이후부터는 이미 아스널이 4위-16강이라는 마법에 걸려있던 때라 아스널이 우승하는 모습은 제작년 FA컵이 처음이었다. 요 근래, 한 2년은 되었을까. 이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아스널 경기를 본다. 뮌헨이나 바르셀로나와 어김없이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만나면 그냥 지겠거니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보던 열정도 사라져버렸다. 딱히 더 이상 응원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어진 의리 때문에 경기를 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작년이 한계였다. 전통적인 강팀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우승의 자리를 레스터시티에게 내주었다. 올해 최고의 선수들과 감독들이 참가한 16-17 Epl 시즌에는 아스널이 당연히 들어갔던 4위 자리는 더 이상 아스널에게 보장되는 순위가 아니었다. 지난 밤에는 강등권에서 갓 벗어난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3대 0의 대패를 당했다. 작년 비리 스캔들로 명예를 잃은 빅샘에게조차도 뱅거의 아스널은 상대하기 쉬운 팀이었다. 최근 경기에서 거둔 4승 중 2승이 FA 경기로 하부리그를 상대로 얻은 승리이므로 결코 순조로운 팀 운영이 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아스널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의 시즌에서도 아스널은 후반기, 딱 현재 시점에서 선수들 부상이 속출하여 승점을 쌓지 못하고 우승경쟁권에서 멀어지며 순위가 4위로 떨어지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부상자가 전처럼 많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건재하다. 산체스, 외질, 지루, 월콧 등. 물론 수비에서의 빈자리, 미드필더 선수의 빈자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팀의 부상선수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시즌은 유독 아스널이 그토록 자랑하는 아름다운? 연계, 골이 보이지 않는 시즌이었다. 사실, 아스널의 아름다운 패스플레이로 대변되는 그들의 유려한 플레이를 본 적이 언제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13-14 시즌? 14-15 시즌 쯤이 마지막 아니었을까?
다음 시즌 산체스가 떠날 것은 분명해보인다. 반면 벵거 감독의 거취는 재계약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위닝 멘탈리티가 없는 아스널로 향하지 않을 것이다. 벵거가 자신의 충성스러운 선수들(램지,월콧,베예린 등)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감독의 변화나 전술의 변화, 선수의 변화가 없다면 언제까지나 현재의 아스널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특히 벵거의 변하지 않는 전술, 그 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구닥다리가 된 전술이 변하지 않는 한, 스리백을 비롯한 혁신적인 전술의 시험장인 EPL에서 벵거와 아스널이 서있을 순위는 분명히 4번 째 안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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