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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간만에 만난 유쾌한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을 펼치자마자 완전히 페이지 한 장, 한 장에 빠져들었다. 2일 뒤 책을 덮고나서는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를, 소설을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쉴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의 구성은 이제는 북유럽 소설의 최신 트렌드가 되버린 현재+과거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특히 과거 인물의 탄생부터 성장기, 그의 일대기를 다루는 동시에 현재의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오베라는 남자>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런 어디서 본 듯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뻔하지 않다는 것은 온전히 소설 속 이야기가 가진 힘 때문이다. 100번 째 생일을 코 앞에 둔 주인공 ‘알란’은 창문을 넘어 도망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양로원에서 100번 째 생일을 맞이하고 금주의 공간에서 조용히 누워있다가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그 답지 않은 결말이기 때문이다. 양로원에서 탈출한 그는 버스터미널과 그곳에서 만난 우연한 기회를 통해 그가 있어야했을, 그가 인생을 마쳤어야할 뻔하고 식상한 삶에서 벗어나 ‘알란’ 다운 삶을 살게 된다. ‘알란’ 다운 삶이 무엇이냐고? 알란의 출생부터 성장기, 정신병동에서의 일부터 전세계를 유량하는 그의 삶의 일대기는 흥미롭다 못해 완전히 설득당하게 만든다.  힘든 이야기를 있어보이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 시대가 가진 역동성일까. 아니면 작가의 역량일까. 혹은 알란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이기 때문일까. 격동의 1900년대 초중반을 사건의 중심에서 역사적 인물들과 몸소 겪었던 알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시에, 현시대에서 펼쳐지는 발칙한 도주 사건은 독자로 하여금 함박 웃음을 짓게 만든다.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한다. 다른 소설책에 비해서 줄거리를 포스팅에 담지 않는 이유는 다른 독자들이 온전히 이야기를 처음부터 음미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줄거리를 보지 않고 그냥 소설 그대로를 즐겨보시라. 따뜻하게 불어오는 봄 바람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유쾌한 소설. 집에서 전기장판에 배를 깔고 귤 까먹으면서 보기 딱 좋은 이야기다.

경쾌하면서도 엉뚱한 비트로 흥겨움을 주는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독서과 권태기를 겪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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