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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6 Puma Ignite SEOUL 퓨마 이그나이트 서울

#퓨마이그나이트
2016년 초, 갑작스러운 친구의 연락으로 존재자체도 몰랐던 퓨마이그나이트 서울 참가신청을 덜컥해버렸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날짜가 다가오는지도 몰랐고 준비도 전혀 안하고 있었다. 그래도 러닝 일주일 전부터 이제는 뛰어야겠다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고 마지막 3일만 가벼운 달리기를 연습했다. 연습 중 가장 오래 달리기한 거리는 5km였기에 실제 10km 러닝은 어떻게 뛰어야할지 감도 안잡혔다. 게다가 행사 당일 폭우와 태풍급 바람이 분다는 일기예보는 일찌감치 러닝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들게 만들었다. 

당일 비가 계속 내렸고 같이 뛰기로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러닝포기를 선언했다. 지하철을 타니 동네부터 퓨마이그나이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미리 배송된 티를 입고 홍대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서 친구와 합정에서 만나 행사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미 합정역부터가 행사참가자와 비 때문에 엉망이었다. 행사장 주변은 교통통제 때문에 이미 난리였다. 옷을 갈아입고 짐을 맡기로 가는 곳까지 엄청난 인파 때문에 주변 상가도 행사참가자들과 우비로 뒤엉켜있었다. 30분은 일찍 도착했지만 팔찌도 못받고 제공해주는 물품 대부분을 받지 못했다. 짐을 맡기고 나서야 우비를 받을 수 있었다. (행사 끝난 후에야 우비를 못받은 사람포함 많은 우비관련 불편사항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작 전 노홍철이 행사 MC로 등장했는데 역시 프로다운 부드러운 진행과 달리 비는 점점 더 거세져 노홍철도 당황했다. 또 10km가 장거리는 아니지만 제대로 워밍업을 가이드 못한 점은 행사진행상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광판에서는 맑은 날씨에 행사했던 작년 행사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다. 마냥 부러움만 생겼다.

우중런을 시작하면서 비가 더 굵어졌고 이거 이대로 뛰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주최측에서는 도착하면 담요와 따뜻한 물이 있다는 말로 행사강행을 알렸고 참가자들은 결국 자기 몸은 자기가 조심하면서 뛰어야했다. A조 가장 앞부분 쪽에 있었기에 뒤에 상황을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포기하고 걷는 사람과 성실히 준비했던 사람들의 묵묵한 러닝만 있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뛰던 속도보다 좀 오버해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비로인한 피로도 상승보다 열을 식혀주는 효과가 더 컸던 덕분인지 무사히 56분의 기록으로 도착했다. 하지만 분명 물이 고여있는 곳이나 공사장이 옆에 있던 점은 달리면서 위험요소로 눈에 띄었다. 

도착하고 나서 파워에이드와 은박지?, 간식과 메달을 받았는데 대부분 우비를 벗고 비를 맞으며 뛴 덕분인지 몸이 빠르게 식으며 추워지기 시작했다. 약속했던 따뜻한 물과 담요는 없었고 자신의 기록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은 기계 오작동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대기줄이 줄어들지않아 포기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싸이 무대 앞에 몇 십명밖에 없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장을 입고 왔지만 폭우를 다 맞아가며 땀인지 비인지 모르는 물질을 흘리는 싸이의 열정적인 공연을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점은 이번 퓨마 이그나이트 서울에서 가장 큰 혜택이 아니었나 싶다. 

친구와 술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퓨마이그나이트 행사 페이지에는 온갖 비난이 쏠렸다. 행사가 졸속 진행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러닝 중 참가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면 제대로 대처나 할 수 있었을까? 하긴 정부나 공무원도 사건이 터지면 미리 정해둔 프로세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라에서 주최 측에 너무 무리한 기대를 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참가자의 안전과 건강이 달린 이상, 행사 진행에 대한 지적을 달게 받고 내년 행사에서는 우천 상황까지 고려해서 행사기획을 하길 기대한다. 

( 많은 사람들의 쏟아지는 비난 덕분에, 나와 친구는 무사히 결승점에 도착해 싸이 공연을 보고도 참가비의 50%를 환불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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